서툴러
비비
변명하자면
'나도 약해서 제 부담에 못이겨
이제는 아무것도 못하겠어'
뭐 그런 심정 어쨌든 날 잘 아니까
차디찬 소용돌이 속 날 감싸안은 잔인함
너와 날 위한 결말
이런 건 아니라고 말이라도 하지만
어차피 돌아오지 않고
너무도 늦게 알았어
난 확실한 목적과 도착지가 없었다는 걸
피난처도 없이 그저 달리다보니
아무런 말도 와닿지 않고
마냥 내 자신에 갇혀버린 채로
뭘 본다고 해봤자 확실한 건 없어
난 안전한 척
어떻게 어떻게 말 다 전한 척
나만의 착각 때문에
완전한 혼란 안에서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어
내 목소린 다 가로막혀
전달이 되지 않고
난 홀로 아무도 알 수 없는
계산에만 매진한 꼴
그 어디에도 넌 없는데
난 환상을 봤고
이제는 어디에도 넌 없는데
난 환상을 봐 또
유난히 꿈같이 느껴지는 아주 긴 밤이
가만히 날 반기는
아름다웠던 시간이 더 많이
빛나기 위함이란 사실을
알긴 알았지만 확인한 현실은
나란 사람이 만들어낸 한산한 앞길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며칠이 지나가더라도
그리도 바라던 순간은
나타나지 않는거야
그렇게 살다가 사라져버리는
아무도 모르는 결말이
내게는 차라리 나은거야
왜일까
대체 이 상황 어디부터가 내 죄일까
그러니까 왜일까
대체 이 상황 어디부터가 내 죄일까
아무것도 모르게 돼버린 상태로
정처없이 밤거릴 걷다가 또 엇나가
도달한 곳에 범람하는
모든 것들이 내 목을 조여와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던
조용한 조명까지도 꺼지고
이제는 암흑 뿐인 고요함
어디에도 넌 없는데
널 찾겠다던 생각
그 어디에도 넌 없는데
너밖엔 없던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