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서

윤종신

선생님의 하늘색 마스크 한심해하네
그 동안 이 아픈 걸 어떻게 참아왔냐고
제가 너무 미련하죠 하고 말하려 해도
이미 마취제로 굳어버린 혀

구멍뚫린 하늘색 헝겁이 나를 덮는다
그 하늘 위로 그려지는 아직 선명한 얼굴
이 와중에 떠오르는 너는 도대체 뭐니
그라인더 윙하고 나를 향하네

진작 찾아와야 했어
진작 잊어버려야 했는데 두려워서
가끔 한번씩 몸서리치는 그 순간
의자엔 나 혼잔게 두려워-

깊숙히도 파고 들어가는 그라인더야
좀 더 가면 니가 처음보는 상처가 있어
안 아프게 그것도 좀 갈아 없애주겠니?
치통의 몇배로 나를 괴롭혀..

진작 찾아와야 했어
진작 잊어버려야 했는데 두려워서
가끔 한번씩 몸서리치는 그 순간
의자엔 나 혼잔게 두려워-

하늘은 걷히고 마스크는 내게 말하네
오늘밤에 무지 붓고 아플지도 몰라요
괜찮아요 오늘 하루만에 끝나준다면
힘들었던 그 밤 끝나준다면

마취 안풀린 채 안녕히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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